14. 재난문자의 역사와 잡설(2) - WCDMA/LTE 시절
통신이야기 2024. 10. 16. 10:36 |CDMA 시절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재난문자와 방송문자 서비스!
매출은 크지 않았으나, 원가도 저렴하고, 매달 억대는 아니더라도 수천만원의 매출이 발생했었는데...
소방방재청과 미아찾기를 넘어서 거의 모든 정부부처가 우리도 이런 서비스 할래하고서 덤비던 때(도로 통제, 단수, 단전, 뭐 정부 각 부처별로 한 건씩 다 들고온 느낌이었다), 국내에 CDMA를 접고, 국제 표준이라는 WCDMA가 도입되었고, CBS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2006년도 쯤에 CDMA 규격을 WCDMA로 옮기고 있었으나, 기지국 쪽도 CBS 서비스 기능을 도입했어야 했어서, 2007년도가 될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마참내! 삼x 기지국에 CBS 기능이 도입돼서, 부산지역 상용망에서 해당 패키지를 올리고, 일단 문제 없는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는데... 운영실 사람들의 휴대폰 배터리가 반나절만에 광탈을 해버리고 있었다. 그땐 대체로 한번 충전하면 2~3일씩 쓰고, 어떤 전화기는 보름인가 한달동안 써요!라고 광고하던 시절에 말이다. 바로 기지국의 해당 기능을 오프해버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다.
이전에 DRX(Discontinuous Reception) 기능을 언급했었다. LTE 이상으로 발전된 요즘에는 모뎀칩이 한번 깨어나고, 다시 Sleep에 들어가는데 2~3ms면 충분하게 기술이 진보했지만, 그때는 WCDMA 초창기... 10ms 한번 깨어나기 위해서 70ms를 소비하는 시절이었던 것이었다.
거기에 추가로 CBS를 받기 위한 칩내 기능이 전화나 SMS를 받는 기능과 겹치고, 당연하게도 내가 받아야할 전화와 SMS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CBS의 우선순위가 밀리는 바람에 90%가 넘던 수신성공율이 대중적인 저가형 칩셋에서는 수신율이 기지국 셋팅에 따라 50%를 밑도는 현상도 발견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지진정보 서비스가 비슷하게 CBS 기능을 통해 제공되고 있었는데, 주기적 협의를 하고 있던 NTT DoCoMo와의 협의에 참석을 해서, 일본쪽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얘기를 들으러 갔었다. 중간에 재일교포분의 통역이 이상해서 내가 정리해주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일본쪽의 운용 방법은 보통 때는 CBS 기능을 꺼뒀다가, 1년에 대여섯번 정도로 생각되는 진도 6강이상의 지진이 예측/감지되면, 기지국의 모든 기능을 중단하고 CBS 기능을 켠 다음에 재난문자를 보내고, 다시 기지국 서비스를 중단하고, CBS 기능을 끄고 정상시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1년에 대여섯번이야 그렇게 운용할 수 있겠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우리의 서비스나 정부부처의 저 전송 희망분을 고려시에 평균적으로 30분마다 한번씩 전체망이 서비스 중단을 해야하는 것은 할수가 없었다.
2008년도까지 가서 CBS 수신과 일반 전화/SMS 수신 기능이 칩내 분리된 고가형 칩셋을 사용하고, 방송문자가 전송되는 지연시간을 늘여서 운용하더라도 배터리 소모가 최소 2.5배가 되는 걸 경찰관 입회하에 실험실에서 시험을 하고서야 WCDMA에서 CBS 서비스는 없는 걸로 결론을 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LTE에서는 다시 지원하는 걸로 협의가 되는 걸로 정리는 되는데...
CDMA에서 제공하던 방송문자 서비스가 WCDMA에서 제공 불가한 관계로 사업부서랄까 사업담당자가 사라지고, 재난문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되어버린 CBS...
2009년이었나 소방방재청에서 통신사업자, 망장비업체, 주요 국내 단말기 제조사를 싸그리 불러서, 재난문자 기능을 어떻게 넣을 건지 회의를 진행하고, 참석한 모두들 손 들었다간 총대매겠다 싶어서, 장비업체와 단말기 제조사는 통신 사업자에서 요구사항 문서 주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하고서는 눈치를 보고 있었다. 어차피 회의 넘겨봐야 나중에 또 불러서 귀찮게 하겠다 싶어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던 시절이기도 하고, 이전에 피쳐폰에서는 채널당 10개 받고서 10개가 넘어가면 자동으로 지우던 방식에서 별도의 재난문자용 대화채널을 구성해서 거기에 저장하고, 수신여부를 결정하고, 사내법률자문을 통해 못 받아지는 경우에 책임을 면하기 위한 문구를 추가하는 식으로 규격 초안을 작성해 주고, 그게 전체 이통사에 공유되는 형식으로 현재의 재난문자 규격이 만들어졌고, 기능 탑재가 시작되었다. 이때는 VoLTE 서비스/PS 통화가 도입되기 전이라, 통화를 하려면 WCDMA망을 잡는 때였어서, 통화중에는 재난문자가 받아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번에도(?) 삼xxx의 모뎀칩을 탑재한 단말기들이 새로 정의된 재난문자를 뿌리는 순간 모르는 메시지를 기지국에서 보낸다고, 해당 기지국을 놓고 다른 기지국을 잡는 바람에 해당 단말기들이 업데이트 되고 도태되기 위한 기간 1년정도를 보낸 다음에 재난문자 서비스가 정식으로 시작했었다.
2012년도에 아이폰에도 재난문자 기능이 들어갔다고, 시험해보라고 해서, 실험실에서 시험해보는데, 짧은 문자를 보내면 받아지는데, 긴거를 보내면 안 받아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WCDMA/LTE망에서 CBS가 내부적으로는 82바이트 단위로 전송이 되는데, 영어의 경우는 인코딩 방식으로 채워넣으면 82바이트로 93자를 보낼 수 있어서, 미국에서는 82바이트 1페이지로 재난문자를 전송했지만, 한글은 유니코드로 넣어야 해서 90자를 보내면 180바이트가 돼서, 82바이트짜리 3페이지를 전송해야하는 것이었다. 아이폰은 태어나서 영어로된 짧은 재난문자만 받았어서, 긴 한글 문자를 처리를 못 하는 것이었다. 하여간, 이건 출시 앞두고 한달만에 처리해야 되는 건 아니어서, 두어달 테스트버전 받아서 시험 결과 리포트 하는 식으로 기능이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2016년도 경주지진, 2017년도 포항지진 때에도 재난문자가 이슈업이 되어서, 위에 적었던 WCDMA에서 제공못했던 히스토리를 가지고 각종 질의에 답변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
하여간, 이제는 내가 그 일 담당자 아니니까. 현담당자 화이팅~!
美泥.
PS: 이후에 재난문자에 벌어진 일을 생각해보면, 재난문자의 길이를 늘여달라는 요구사항이 제일 ㅈㄹ맞았는데...
방송문자기 때문에 이전 길이를 받던 단말기와 새로운 길이를 받는 단말기가 동시에 길고 짧은 문자를 받게 된다.
이전 규격이 적용된 단말기는 긴 문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이전 규격 단말기도 재난문자를 받기 위해서는 짧은 것도 보내줘야 하는데, 새롭게 긴 걸 받을 수 있는 단말기는 짧은 것도 수신하고, 긴 것도 수신해서 두개 다 받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면 그걸 구분하기 위한 짓을 해야 하는데, 짧은 게 하나 받아졌지만, 나중에 긴게 올거니 이건 표시하지 말라는 셋팅을 하던지(밖에 다른 방법은 생각이 안 나는데) 해야하나, 이후에 긴 걸 못 받으면 어떻게 하나... 라거나...
긴거를 받고서 이상한 짓을 안 하는지 이전 단말기들을 가지고, 전수 시험을 해야하는데, 국내 사업자를 통한 단말기는 뭐 그나마 긁어모아서 시험은 가능하겠지만, 누가 주체로 그런 시험을 할 것이며, 국내에서 판매가 되지 않는 단말기에 대해서 수정보완이 필요한 경우, 그건 누가 처리를 해야하는가의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위에 썼던 아이폰이 수신 못하던 180바이트 짜리로 재난문자 시험을 하도록 3GPP 규격에 기고문을 제출했었던 입장에서 걱정이 있었다.
'통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 어디까지 터지냐를 설계해보자 - Link Budget (3) | 2024.10.21 |
---|---|
번외편 2. - 애플 본사로 회의 갔던 이야기 (2) | 2024.10.17 |
13. 재난문자의 역사와 잡설(1) - CDMA 시절 (7) | 2024.10.14 |
12. 스마트폰 안에서 벌어지는 이동통신(4) - 이동 (0) | 2024.10.09 |
11. 스마트폰 안에서 벌어지는 이동통신(3) - 로밍 (0) | 2024.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