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610 - 그날 저녁에 난 그곳에 있었다.

사실 아침까지만 해도 6월 10일 저녁에 난 거기에 있으려고 하진 않았다.

 

카메라를 집에 두고 출근을 했었다.

 

그런데... 오전에 본 그 the 명박산성...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의 그 컨테이너들에 나는 할말을 잃었고, 그 다음에 6/10 민주화 항쟁에 대한 기념사에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뜻을 받든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같이 광화문 앞으로 갈 사람을 팀 내에서 찾았지만 뭐...

 

그래서, 아르님과 화다에게 연락하곤 카메라를 챙겨 을지로입구역으로 향했다...

 

바다횽과 아르님을 만나 그쪽에서 새로 만든 카페 사람들과 만나려 대한문 앞으로 이동했다...

 

가는데, 구국 기도회인지 우익쪽에서 먼저 시청 광장을 장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집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기에 동원된 지방에서 올라온 노인분들마저 소고기 수입반대와 FTA 비준 반대에 서명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왔고...

 

고위급 경찰들이 탄 버스 옆에서 자리를 잡을 채비를 하고 사람들을 하나둘씩 만났다...

 

셔터 타이밍으로 손을 흔들렸지만, 지나가던 사람이 들었던 촛불의 불꽃이 끈이 되어 보이는 모습이 좋았다.

 

 

대한문 앞에 자리를 잡고 주최측이나 배후세력이 없어 전체가 하나 되어 구호나 노래를 하진 못하고, 옆에서 들려오면 시작하고 손을 흔드는 파도 집회를 하려는데... 연대 쪽에서 이한열 추모 행렬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통일연세 전진공대...

 

 

그리고 나도 손에 촛불을 들었다...

 

 

광화문쪽 명박산성부터 여기까지 사람들이 차고 있어 더 앞으로 갈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파도를 치면서도 손을 들어 이명박을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몰아내는 것보다는 말을 듣도록 교육을 시키는 정도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 와중에 눈길을 끄는 '깃발 없는 자들의 모임'이란 깃발...

 

 

저 뒤로는 인천 계양구, 서구 깃발이 보이고, 그 끝은 저기 남대문 직전까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수는 정말이지 많았고 또 많았다. 현충일 주말보다 3배는 더 온 것 같다는 아르님의 얘기...

 

 

 

 

사람 수 때문에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들은 전 명박산성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본 소탐대실... '소를 탐하면 대통령직을 잃는다.'

 

 

수건으로 장벽을 쌓아 표현하고 있는 분들...

 

 

밤에 본 청계 광장은 저번 주말의 광경과는 달랐다. 여기에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여기에서 두분을 더 만나서 우리는 안국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넓은 거리를 사람들이 마구 거니는 모습은 질서보다는 무질서에 가깝고, 그런 어떤 불안감이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결국은 강물이 중간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바다로 가는 것처럼 전체적으로는 한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안국동 쪽으로 가는 길에는 조계사가 있다. 집에서 광화문 가는길에 본 봉은사가 신사동 사거리에 걸어놓은 현수막에 슬쩍 짜증이 났지만, 이 스님들과 조계사 앞의 "해방과 통일의 보살행을 실천하는 불제자"라는 깃발을 든 보살님들과 비구니들을 보면서 불교계에의 존경심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안국동쪽의 뭘 책임시공한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임시공"이라 써진 대통령 스스로 국민과의 사이에 쌓은 컨테이너 벽을 마주했다. 그 벽 위에는 음험한 사격대인지 뭔지가 시민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앞에서 구호와 노래와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아래는 저번 국회의원 선거 때 강남구에 나왔던 김디지... 선거 때는 뭐 좀 그랬었지만 지금은... 사실 지금도 그리 뭐 호감도는 오르진 않았다... ㅋ

하여간, 매드 카우 였나 노래 하나 부르고서는 컨테이너 앞을 나이트... 클럽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렇게 사람들은 앉아서 얘기를 하고 노래를 하고 구호를 했다. 이들의 어디가 폭력 시위대인가? 그리고, 누가 이들을 여기까지 나오게 했나? 정부와 대통령과 경찰지휘부는 반성해야 한다.

 

 

사람들은 지하철 끊기는 시간과 내일을 위해서 컨테이너 앞을 하나둘씩 떠나며 자신의 촛불을 하나의 밧줄로 이어나간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선동당하지 않았고, 누구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나오지 않았다.

어느 기사에서던가의 내용대로 이들을 선동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대통령 자신이다.

 

 

사장의 얘기에 사원들이야 두려워하면서 기었겠지만, 국민들은 사원이 아니다.

 

사장을 했던 경험을 살려서 국가를 잘 이끌라, 경제를 살리라,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겠다 싶어 대통령으로 뽑아준 거지,

국민들을 부리라고, 사장처럼 국민들을 무시하라고 대통령을 시켜준 게 아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미니.